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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house of geum-eo-ri, yongin (works at fig.architects)



주택에 살기















주택에 살기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산다. 돌아보면 개발이 주도한 도시의 팽창 과정에서 아파트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강요받은 것이다. 아파트 단지가 점령한 지금의 도시에서 아파트에 살지 않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
우리의 집은 위치와 크기만으로도 쉽게 금전적 가치로 환산된다. 덕분에 우리에게 아파트는 가장 든든한 금고이자 고금리 금융상품이다. 가정을 이루는 순간부터 노년의 생활까지 아파트는 위치와 면적을 바꾸어가며 기꺼이 현금이 되었다 부동산이 되었다를 반복해준다. 집값 상승으로 아파트가 주는 보너스는 직장에서 주는 급여의 빈 부분을 메꿔준다. 궁핍했던 시대는 지났지만, 집이 담보가 되어 이어지는 삶에서 벗어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부족하다. 꿈에 그리던 단독주택을 짓는 일이 보통의 사람에게는 자칫 무리한 투자일 수 있는 이유이다.
 

보통의 삶을 담기 위한 집


잘 맞춘 옷과 같이 한 건축주만을 위해 잘 짜인 공간은 특별하고 새로우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 몸에 맞춘 옷을 남이 입을 수 없듯, 특별한 공간은 그것이 담는 삶이 바뀌었을 때 역으로 불합리한 공간이 되어 생명력을 잃을 수 있다. 그리고 불행히도 현재 보통 사람들의 삶은 오랜 시간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용인의 산 아래 작은 마을에 지어진 이 집은 그러한 보통의 삶을 담기 위한 집으로 설계되었다. 건축주의 특별한 공간에 대한 요청을 보편적인 해법으로 풀어내는 것이 이 집의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지금의 집은 건축주의 삶에 대한 특수성을 공간에 반영함과 동시에 미래라는 건축주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 결과이다.


금어리 단독주택, 용인 전원주택, small house in korea, 목조주택 상량식


두 매스와 땅이 만나는 방법


이 집은 두 개의 매스로 구성된다. 하나의 매스는 거실과 주방, 다른 하나의 매스는 침실과 화장실로 되어있다. 침실의 매스는 기능적인 작은 창과 다락을 통해 기후로부터 보호된 환경을 만든다. 두 침실 사이에 화장실을 두고 그 사이에 보일러실을 두어 침실 간 독립성을 만들고 주 난방 공간의 온열 루트를 단축하여 에너지를 절감하며 유지 보수가 유리하도록 계획하였다. 상하수도, 도시가스, 전기와 같은 설비 시스템이 외부 인프라와 이어져야 하는 침실 매스는 길 쪽을 향하여 배치되며 설비의 간결한 연결은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갖게 함은 물론 토목과 설비공사의 부담을 줄여준다. 한편으로 설비 시스템에서 자유로워진 거실의 매스는 전망과 외부공간-실내공간과의 관계에 집중하여 배치될 수 있는 조건을 갖는다. 주로 낮 동안의 생활이 일어나는 거실과 주방의 매스는 단열보다는 조망을 위해 크고 많은 창을 갖고 몇몇의 큰 조망창은 입구 역할을 하며 데크를 통해 마당과 실내공간을 이어준다.
이 집은 가족 구성의 변화나 혹은 또 다른 삶에 대응하기 위해 경량목구조로 건물의 뼈대를 구성하였다. 경량목구조는 간단한 공사로 내부 칸막이벽을 추가, 삭제하거나 개구부를 변경하여 공간의 구조를 달리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실의 북쪽을 향하는 창은 햇살을 받은 풍경을 가까이 느끼도록 1레이어로 만들어지는 독일식 시스템 창을 사용하고, 채광을 받는 남측의 창들은 가성비 높은 미닫이 2중창을 사용하여 비용 대비 효율을 높였다.

이집이 놓일 금어리의 대지는 남서쪽이 넓고 북동쪽이 좁은 깔때기 형태의 대지이다. 남서쪽으로는 이웃집이 인접해 있고, 북동쪽으로는 앞마당이 경계 없이 뒷산으로 이어진다. 우선 침실 매스를 남서쪽으로 길게 배치하여 최대의 일조를 받고 이웃집으로부터 앞마당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였다. 이웃집과 등을 지되 일조와 필요한 채광만 받는 형태이다. 자녀침실의 경우, 침실이며 동시에 독립된 하나 집으로써 기능하게 해달라는 건축주의 요청으로 작은 테라스를 만들어 별도의 출입이 가능하게 하고, 미니 주방을 마련하였으며, 길 너머 산새를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창을 두었다. 만약 두 방 사이 복도에 칸막이벽을 설치하고 메자닌을 두어 독립된 침실을 마련한다면, 2인 가족이 살기에 부족함 없는 독립세대로 구성할 수 있다. 메인 침실의 경우 노부부의 생활에 적합하도록 남동향의 채광창과 낮은 층고를 통해 따듯하고 아늑한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두 침실은 매스의 양 끝에 위치하며 이어지는 복도에 몇 단의 계단을 두어 거리감을 확보하였다.
거실의 매스는 침실의 매스와 약간 어긋나게 배치하여 남서향의 채광을 받는다. 몸이 불편하여 주로 소파에 앉아 생활하시는 노부부를 위해 북동쪽 마당으로 이어지는 뒷산의 경치를 조망하며 등 뒤로는 따뜻한 햇살을 받게 하기 위함이다. 남서향의 채광창에 만들어지는 작은 데크는 장독을 놓고, 해가 좋은 날 빨래를 널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다이닝 공간에서 북동향의 큰 채광창을 통해 이어지는 거실만 한 데크는 넓고 깊은 뒷산을 조망하며 식사를 하거나 가족끼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계획하였다.





주택에 대한 두 가지 접근


하가리의 집(하가이스케이프, 2017)이 특별함을 추구한다면 금어리의 집은 보편성을 추구한다. 건축가로서 특별한 집을 설계하는 일은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보편적인 집을 설계하는 일 또한 큰 책임감을 느끼는 중요한 일이다. 전자는 라이프 스타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고 끊임없이 공간적 이상에 대하여 추구하는 작업이라면, 후자는 그러한 아름다운 삶에 대한 추구가 사회적 공감대를 갖게 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라고 느낀다. 금어리의 작은 집을 통하여 우리가 사는 공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조금이나마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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