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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w vs. bolt



나사의 세계와 볼트의 세계



나사와 볼트는 비슷한 모습을 하지만 그것들이 표방하는 세계는 아주 다르다. 나사는 두 물체가 영원히 붙어야 하는 곳에, 볼트는 분해가 가능해야 하는 곳에 사용된다. 나사는 분자와 같은 화학적 결합을 추구하며 볼트는 옷의 매듭과 같은 물리적 결합을 추구한다. 나사의 결합은 간편하나 불가역적이고 볼트의 결합은 번거로우나 가역적이다. 나사의 세계가 생산을 하는 방식은 효율과 양적 가치를 우선하며, 볼트의 세계가 생산을 하는 방식은 정밀함과 질적 가치를 우선한다.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아직까지 나사의 세계에 속해있다. 한번 지어진 건물은 해체를 고려하지 않으며 화학적으로 일체화된 결합을 추구한다. 건축이 지어지는 환경은 질적 통제가 어려우며 많은 불확실성에 휘둘린다. 반면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볼트의 세계에 속한다. 조립된 자동차는 분해를 고려하며 물리적인 결합을 추구한다.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환경은 엄격한 질적 통제 속에 있으며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놀라운 것은 두 생산물의 면적당 가치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건설하는 집의 공사비는 500만 원/평~1,000만 원/평의 수준이다. 폭 1.8m, 길이 4.7m의 준중형 자동차를 2.5평으로 볼 때, 자동차의 가격은 700만 원/평 수준으로 집의 공사비와 비슷하다. 반면, 수명을 다한 집이 부서져 폐기물이 될 때, 수명을 다한 자동차는 분해되어 부품단위로 재활용된다.

두 세계의 단순 비교로 지금의 건축방식을 비난할 순 없다. 하지만 매년 증가하는 평당 공사비와 건축의 질적 완성도에 대한 요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건축의 책임을 고려할 때, 건축이 표방하는 세계에 대한 이동을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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