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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 seongsu



오래된 상점의 시작















상점의 점유법  


집과 다르게 상점은 대부분 임대의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한다. 이 임대의 방식은 보통 한 상점이 한 번에 2년씩의 시간을 점유하도록 허용한다. 번화한 지역일수록 상점이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점점 더 어렵다. 짧은 주기로 옮겨 다니는 상점과 그들이 떠나고 남은 자리는 많은 낭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체 폐기물 중 건설폐기물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도 이러한 임대의 방식과 관련이 깊다.
합정-상수동이 한적한 주택가 일 때부터 ‘object’란 상점을 유지해왔던 건축주는 몇 차례의 2년을 버텨냈으나 결국 떠나야 하는 경험을 하였다. 건축주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 시작하는 ‘hom’이란 편의점은 그런 이동의 환경에서 좀 더 자유롭기를 바라였고, 그 이동으로 하여금 발생하는 낭비를 최소화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붙박이와 이동식

 
편의점의 공간을 채우는 사물은 결국 이동식과 고정식으로 나뉜다. 모듈식 매대나 음료용 냉장고들은 이동식 물건에 속하고, 벽 선반이나 카운터, 천장조명, 수납장들은 고정식 물건에 속한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2년의 주기에 따라 수명을 달리한다. 상점이 떠난 후 남은 고정된 물건들은 하루아침에 폐기물이 된다. 우리는 고정식 물건을 새롭게 제안하여 최대한 이동식 물건의 범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또한 버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최대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고려하였다.
한쪽 벽 매대의 경우, 세로 칸막이만 벽에 고정을 하고 가로 선반은 탈착식으로 계획하였다. 카운터와 쓰레기통은 이 모듈에 끼워져 있어 필요시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냉장고와 수납장을 포함하는 반대쪽도 뼈대만 고정식으로 계획하여 냉장고와 수납장을 빼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천장의 조명은 라이팅 트랙에 연결되어 전기공사 없이 쉽게 탈착이 가능하다. 천장의 재료는 칸막이벽 하지용 스터드를 사용하여 철거 시 현장에서 바로 재사용을 하거나 분리수거를 할 수 있다. 이 편의점의 시그니쳐이자 유일한 사치인 전면 아크릴 월은 볼트로 조립되어 쉽게 해체가 가능하다. 철거 시 아크릴은 다음 공간에 재사용이 가능하며 뼈대는 금속만 남아 분리수거할 수 있다.
 



비용과 가치

 
보통 벽에 고정시켜버리는 물건을 떼어내어 가져가게 만들려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못을 박지 않기 위해 홈을 가공해야하고, 붙어있으면 보이지 않았을 부분을 마감해야 한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놓은 이동식 물건은 온전히 생명이 다할 때 까지 사용할 수 있다. 잘 만들어놓은 물건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각자의 스토리를 갖고 다시 그 것들이 모여 특별한 정취를 만들어 낼 것이다. 편의점 hom은 들어가는 ‘비용’ 보다 그것이 만들어낸 ‘가치’에 기준을 두고 오래 사용 할 수 있는 물건들로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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