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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만만한 집






















작은 중정에서의 체육관 증축


서울의 북쪽 끝, 도봉산 자락의 청원학원 캠퍼스는 두 개의 운동장을 중심으로 초등학교와 여자고등학교, 중학교와 남자고등학교로 구성되어 있다. 두 운동장 중 규모가 작은 쪽은 청원초등학교의 외부공간으로 사용되고 있고 운동장의 남측과 동측엔 초등학교 교사동, 북측으론 여고 교사동, 동측으로는 학원 전체의 급식실로 둘러싸인 중정의 이다. 이 작은 운동장의 편안한 공간감과 그 쓰임을 유지하며 새로운 공간을 증축하기 위해서는 체육관이라는 기능과 모순되게도 작은 집이 필요했다. 새롭게 중정의 일부를 차지하게 될 집은 작은 아이들에게 위압적이지 않은 만만함이 필요했으며 동생들에게 운동장을 양보한 언니, 누나의 공간에 미치는 환경적 변화도 최소화되어야 했다. 한편으론 5개 층의 교사동에서 시시때때로 내려다보이는 중정은 풍경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학생들의 일상에서 새롭게 추가되어야 할 풍경은 보다 푸르르고 보다 즐거운 것일 필요가 있었고, 자연으로써의 정원과 새로운 입면으로써 지붕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1.8m

체육관의 높은 층고를 고려할 때, 새로운 공간의 높이는 기존의 급식실과 유사했고 이는 중정의 공간적 높이는 그대로인 상태로 한쪽 변이 20m 줄어드는 상황을 의미했다. 작은 마당에서 올려다볼 3층 규모의 건물은 더더군다나 시선의 높이가 어른에 비해 낮은 아이들에게 위압적인 풍경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우리는 우선 건물의 시작점을 -1.8m 낮추어 큰 건물의 1/3을 땅속에 묻었다. 어른의 키만큼 낮아진 체육관의 바닥은 고창을 통해 외부와 공간적 연속성을 확보하며 동시에 위요되어 보호받는 공간감을 만든다. 바닥이 낮아진 만큼 거대하게 경사진 진입 마당은 너른 폭 그대로 실내공간으로 이어지며 쉬 드나들 수 있는 옅은 경계를 만든다. 실내에서의 경사진 마당이  만드는 풍경은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한 자연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 운동장에서 바라보는 체육관은 낮은 일층 집 높이의 벽과 살짝 띄워진 알록달록한 지붕을 갖는 작은 집으로 느껴진다. 아치, 치장, 내력 벽돌쌓기의 구축법을 솔직히 드러낸 이 벽은 표면에 다양한 패턴을 만들며 자칫 작은 재료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인상을 피한다.



3개의 집으로 둘러싸인 마당  

새로운 체육관의 공간은 각각의 재료를 갖는 세 개의 집이 모여 디귿자 마당을 만들고, 그 마당을 지붕으로 간단히 덮는 구성을 갖는다. 방풍 구조의 출입구와 실내 벤치, 방송설비 공간과 같은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벽돌집은 운동장과 새로운 마당 사이를 구획하고, 화장실을 갖는 연분홍 화강암집은 작은 골목을 만들며 급식동과 경계를 만든다. 넓적하고 낮은 짙은 색 화강암 집은 여고와 이 마당 사이에 놓여 마당 쪽에서는 체육 창고의 기능을, 여고 쪽에서는 진입로와 연결된 작은 테라스 공간은 만든다. 마당으로써의 체육관의 공간은 자연스럽게 바깥과 이어지며 거대한 빈 공간이 아닌 작은 집들로 둘러싸인 작은 외부공간으로 느껴진다.
마당을 보호하는 지붕은 광장의 천막과 같이 부유해야 했기에, 콘크리트 기둥에서 작은 철골 기둥으로 지면과의 연결을 감추고 3개의 집과 지붕이 만들어내는 경계는 투명한 유리들로 간단히 메꿨다. 전면으로는 거대한 슬라이딩 도어를 두어 경사진 정원을 통해 바로 공간과 동선이 이어질 수 있도록 했고, 운동장 측면의 창에서는 푸른 하늘, 여고 측 창에서는 언니, 누나들의 생활 모습, 급식실 측 창에서는 캠퍼스 골목의 분주한 움직임이 보이도록 했다. 마당을 덮은 지붕에 의해 자연스레 안밖에 걸친 집들은 실내와 실외의 공간감을 더욱 연속적인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 


        
그럭저럭 만만한집

어디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집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학교에 지어지는 체육관들은 너무나도 목적인 바람에 필로티로 땅에서 들어올려지고 체육관에 들어가기 전에 깨끗한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하며 쉬는 시간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뛰어놀다가는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너무나도 본능적으로 집이란 삶을 위한 수단임을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무언가의 목적으로써 그것이 이해되기를 강요한다. 우리는 새롭게 지어지는 이 체육관이 아이들에게 단순히 신체활동의 배경으로, 놀이를 위한 거대한 장난감으로 느껴지기를 바랐다. 경사진 마당을 달려 그대로 쑥 들어가는 체육관의 공간을 통해 아이들의 활동이 제약과 전환 없이 그대로 안으로 연결된다. 운동장 쪽의 벽돌에 숨어있는 작은 공간들을 통해 놀며 쉬며 건물과 아이들이 만나고 친해진다. 교사동 안에서  바라보일 지붕 또한 알록달록한 색채로 아이들을 향해 환영과 축제의 제스처를 취한다. 그럭저럭 가지고 놀만하고 만만한 공간들을 통해 아이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레 한 배경으로 자리 잡는 공간들을 상상한다.









(사진: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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