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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travertine, yongsan (co-work with leekyuhong ︎)




까페 트래버틴, 용산










 


집이 아닌 집

작은 상업공간을 구성할 때, 그 공간이 갖는 역사는 공간을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든다. 때때로 집의 작은 흔적들이 담아내는 고유의 이야기들은 작고 단순한 공간에 깊이와 다양성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한때 철도청의 관사로 지어진 용산의 작은 집을 마주하였을 때, 그 집이 담고 있는 처절한 흔적을 보며 이것을 우리 도시의 의미 있는 흔적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더 이상 가구식 구조라고 보기 어려운 조적의 내력벽들과 사라져버린 구들장과 마루, 심지어 전소되어 거푸집용 구조목과 합판으로 재축된 지붕과 그 아래 증축하다만 콘크리트 슬라브까지,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집은 순간순간의 무책임한 편의와 욕심의 결과였다. 어느 하나 정성과 애정으로 지어진 것이 없는 공간에서 의미 있는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집착이라 판단되자, 비조차 제대로 막지 못하는 이 집은 오히려 새로운 공간적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새로운 공간적 질서


최소한의 구조만 남기고 철거하여 집의 공간적 질서와 경계를 지우니, 집은 도시에 종속된 거칠지만 흥미로운 외부공간이 되었다. 기둥과 몇 개의 벽은 지붕 아래에서 누각이나 포치의 공간으로 느껴지고 군데군데 뚫린 엉성한 벽으로 둘러싸인 방은 오두막이나 내밀한 중정의 공간으로 느껴졌다. 까페의 중요한 공간적 성격을 공유와 개방이라고 전제하였을 때, 담과 벽의 경계에서 벗어나 골목길로 확장되는 공간감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동시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집을 통해 이 외부공간과의 다양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새로운 공간적 질서를 만들려 하였다. 기존의 집의 경계와 무관하게 관입된 공간은 골목길과의 경계에 새로운 외부공간의 켜를 추가하여 기존의 공간이 갖고 있던 공간적 연속성을 구체화했다. 목조 지붕 아래에 수양 단풍이 심겨있는 작은 마당과 담장과 유리 벽 사이의 낮은 사사들, 계수나무가 심긴 작은 중정과 작은 화단이 있는 깊숙한 후정은 도시공간과 다양하게 관계하고 있다. 한편 새롭게 추가되는 집의 내부 공간은 따듯하고 아늑한 공간감을 통하여 거칠고 시니컬한 외부공간과의 대비적 균형을 만들려 하였다. 반듯하게 지어진 새로운 공간은 석공 장인이 만들어낸 대리석 바닥과 숙련된 목수들이 만들어낸 벽과 가구, 장식적 무늬가 가공된 알루미늄 패널 천장으로 싸여있다. 정성과 애정으로 만든 따듯한 공간은 집이 갖는 원초적인 기능을 환기시키며 편안한 마음으로 도시의 공간을 관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의 집과 까페


500명의 사람마다 1개의 까페를 갖는 도시에서, 까페는 우리의 일상 공간이 놓친 결핍을 채워준다. 높은 땅값 때문에 누릴 수 없었던 마당을, 안전 때문에 멀어진 골목길의 소리를, 단열 때문에 포기했던 투명하고 큰 창을, 바닥난방 때문에 느낄 수 없었던 두껍고 단단한 돌바닥의 감촉을, 언젠가 떠나야 할 집이기에 과감하게 시도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재료들과 공간들을 우리는 까페에서 찾아가며 부족한 공간을 수집하는지도 모른다. 이 조그맣고 반항적인 공간들을 보며, 복잡한 약속들과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가 사랑하는 공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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