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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경험의 시나리오와 새로운 어프로치


























도시의 변화와 우연한 공간의 가능성


한강 대로에서 용산 미군 기지로 점차 높아지는 지형 탓에, 신용산의 한 골목에 놓인 오래된 주택은 낮은 위치의 대문과 반 층을 올라 진입하는 현관, 그리고 건물 뒤에 가려진 뒷마당을 갖고 있었다. 담장 틈새로 잡초 숲을 헤집어야만 접근이 가능한 뒷마당은 오랜 시간 뜻하지 않은 보호 속에 고요히 울창한 숲이 되어있었다. 국방부 아래 발길이 뜸한 동네에서 서울의 가장 번화한 거리로 바뀌어 버린 지금, 이 뜻하지 않은 부조화는 우연히도 전혀 새로운 공간적인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도시와 점으로 만나는 자루형 필지의 진입 방식과 숲을 가리고 있는 건물의 앞선 배치는 예전 이 공간이 간신히 주택으로 존재하기 위한 어쩔 수 없음이었지만, 갑자기 번화해져버린 상업가로에선 훌륭한 공간적 전환의 장치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짧은 식사를 핑계 삼아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탐색하는 도시 여행객들에게, 종착지로 도착하는 과정에 이야기를 담아 점진적이지만 동시에 극적인 공간적 경험을 유도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공간 경험의 시나리오와 새로운 어프로치


큰길에서 나와 작은 막다른 길로 접어든다. 골목 끝 녹슨 대문을 열면 갑자기 2개 층 짜리 큰 집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 집과 담장 사이로 나있는 가파른 계단을 걸어올라 집의 옆구리로 들어간다. 현관문을 열고 좁은 복도를 통과하면 아담한 발코니가 있는 작은 거실이 있다. 발코니에 앉아 뒷마당을 바라볼 순 있지만 둘러보아도 내려갈 길은 도통 없다. 가장 간편하고 낭비 없는 진입 과정이지만, 기존의 집의 접근 방식은 방문자에게 후미지고 외진 공간적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채색이 주조 색인 거리에서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담장을 만난다. 길을 따라 나있는 담장은 뒤로 깊숙이 숨어있는 집을 향해 흘러들어간다. 담장을 따라 콘크리트 패드 위를 걸으면 작은 화단과 오래된 청단풍을 만난다. 잠시 옛집의 현관을 바라본 뒤 담장의 흐름을 따라 발길을 돌려 건물 아래 직선의 터널을 발견한다. 터널의 옆은 낮고 조용한 휴식의 공간이, 그 끝에는 길의 시작과 대조적인 밝음과 푸름이 보인다. 물소리와 새소리에 이끌려 통로의 끝에 다다를 때쯤이면 몇 단의 계단을 만난다. 터널을 나와 여유 있게 이 계단을 오르며 공간의 분위기는 반전된다. 오래된 다관의 모과나무와 감나무 숲을 지나 작은 못에 떨어지는 물소리를 배경 삼아 마당을 가로지르면 넓게 방사형으로 펼쳐진 계단을 딛게 되고 비로소 목적지에 다다른다.


  


  


오래된 집을 바꾸는 일


오래된 공간이 갖는 아름다움은 여러 이유를 갖는다. 때로는 오래되어 잊혀진 구축의 규칙들이 갖는 반가운 생소함이기도 하며 때로는 지금의 생산체계로는 상상이 불가능한 노동집약적인 부분들이기도 하다. 이 오래된 집에서도 마찬가지의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돌을 조각한 타원형 기둥과 난간들, 화려한 거푸집으로 빚어낸 서양풍의 발코니 난간, 작은 타일들로 장식한 외벽, 깨진 대리석과 백시멘트를 갈아만든 테라조 바닥, 와플 모양으로 장식한 처마, 지하 창고에 박스째 쌓여있던 무늬목을 열심히 재단하고 두껍게 니스를 바른 ‘모자이크 후로와’. 몇몇은 많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몇몇은 인건비가 올라서, 지금은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에 앞서 기존의 집이 갖는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와 발견, 유지와 보수를 선행하고 새롭게 추가되는 재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새롭게 추가되는 재료는 기존의 재료가 갖는 균형 아래 조심스레 추가되었다. 대수선 과정에서 생겨난 우악스러운 철골 기둥들은 오돌토돌한 뿜칠 마감 속에 감추고, 새롭게 추가된 조적 내력벽은 시멘트벽돌과 변색 벽돌을 사용했다. 흔하디흔한 이 골목의 재료들은 마구리쌓기나 통줄눈 쌓기를 통해서 익숙하지만 새로운 질감으로 만들려 했다. 바닥의 그린 마블은 이천의 한 석재공장 뒤 켠에서 철 지난 재고를 가져와 무광 처리하고 열린 줄 눈으로 시공했다. 커피바의 목재는 건물 지하창고에서 30년 만에 발견된 ‘모자이크 후로와’이다. 흔하고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하는 방식은 오래된 공간 안의 익숙한 균형감을 유지하며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유도한다.



 







(사진: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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