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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lative bigness (works at fig.architects / co-work with eggplant factory)



상대적 거대함




















크다는 것의 의미


 ‘크다’의 개념은 반드시 비교의 대상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어떠한 것이 ‘크다’라고 느낄 때에는 기대하는 크기의 비교 대상이 존재한다. 도시에서 건축물에 대하여 크다고 이야기할 때 비교의 메커니즘은 복잡하다. 옆 건물의 크기, 건물이 들어선 길의 폭, 건물의 기능, 심지어는 자신이 지내는 공간 등에 의해 우리는 매우 복합적인 잣대로 크기에 대해 판단한다. 결국 ‘크다’란 시각적, 혹은 경험적 비례의 문제이며 큰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가의 대상으로써 A뿐만 아닌 비교의 대상인 B에 대한 정의도 매우 중요하다.
50평이 채 안되는 작은 대지는 4미터의 골목을 사이에 두고 저층 주거지역에 맞닿아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도산대로 최고 높이 지정구역에 속해있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거대함과 왜소함의 상반된 가능성을 갖는 대지는 공간을 계획하는데 앞서 특별한 전략을 필요로 했다.
 
 

‘큼’의 방법론


도시에서 7층짜리 건물은 거대하다고 할 수 없지만 20미터 높이의 바위는 분명 거대하다. 비교의 대상이 건물이 아닌 재료의 차원으로 환원되는 순간, 크기에 대한 판단은 달라진다. 우리는 이 집을 120평짜리 작은 건물이 아닌 1,500㎥짜리 바윗덩어리로 보이게 하기 위해 건물의 흔적을 지우고 물성이 최대한 강조되도록 계획의 방향을 잡았다.
우선 건축물의 법정 최대 볼륨을 형태적으로 단순화하여 7개의 묵직한 덩어리를 계획하였다. 이중 2개의 덩어리는 투명한 덩어리로 계획하여 채광과 환기를 담당하게 하였고, 이를 통해 나머지 덩어리들이 기능적 오프닝에서 자유롭도록 하였다. 커튼월로 구성된 투명한 덩어리에는 다시 각종 구축의 디테일을 감추기 위해 깊은 루버를 두었다. 인조 석재 패널로 만들어진 5개의 바윗덩어리는 그 패널 모듈 안에 건축물이 갖는 기능적 흔적들을 모두 감추었다. 출입문과 전망창들은 마감된 재료와 덧문에 의해 드러나지 않는다.
건물 전체를 지배하는 400*2,000의 모듈은 건물 외피 요소의 최소공배수가 됨과 동시에 전체 빌딩과 비슷한 비례를 갖도록 계획하였다. 약 1,500번 이상 반복되는 이 모듈은 반복적 구성을 통해 분절이 아닌 오히려 하나의 덩어리임을 강조한다. 수많은 작은 모듈은 개별적인 존재감을 갖기보다는 전체를 구성하는 텍스쳐로써 존재한다.
대지와 만나며 7개의 덩어리들은 주차를 확보하기 위해 필로티가 되어야만 했다. 우리는 기둥 대신 콘크리트 덩어리로 들어올려진 덩어리들을 지탱하게 하였다. 바닥에서 융기된 듯한 이 콘크리트 덩어리는 땅속에 또 다른 덩어리들이 숨어있음을 암시하여 관찰자로 하여금 거대함을 연상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최대한의 공간


도시 공간에 놓인 집의 비례적 크기와 별개로 실제 내부 공간의 크기는 절대적인 수치에 좌우되었다. 특히나, 작은 땅의 높은 집에서 수직 동선이 차지하는 면적은 비대하였고, 요철이 많은 집의 두꺼운 외벽은 내부 공간을 압박했다. 각종 규제에 의해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공간은 최상층에 가서는 너무 작은 공간을 남겨주었다. 내부의 공간을 구성하는데 앞서 기술, 제도적으로 낭비 없이 최대치의 공간을 갖는 빌딩시스템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우리는 이 집이 가질 수 있는 최소 크기의 수직 동선에 대하여 고민하였다. 작은 계단을 만들기 위해서 3미터 이내의 층고를 갖도록 계획하였고, 2층의 계단을 별도로 분리하여 직통계단이 연결되는 거실면적이 200㎡ 이내가 되도록 하였다. 낮은 층고는 계단 참의 최소 크기에 대한 규정에서, 분담된 거실면적은 계단의 최소 폭에 대한 규정에서 자유롭게 해주었고, 여기에 4인승 초소형 엘리베이터와 최소의 수직 설비공간이 더해져 5.5m x 2.1m 크기의 코어를 계획할 수 있었다. 약 3.5평의 이 코어는 결과적으로 보통의 7층 건물에서 계획되는 코어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되었다.
다음으로는 외벽의 두께를 줄이기 위해 외장재로 10mm 두께의 인조 석재패널을 사용하고 내부를 골조 그대로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였다. 동시에 외단열을 적용하여 법적인 면적 측정의 기준점이 벽체 전체가 아닌 구조체 중심이 되도록 하였다.  둘레를 따라 100mm 이상 넓어진 바닥면적은 한 층당 1~2평 정도 공간을 넓혀주었다.
이렇게 확보된 면적에 의해 최대 볼륨을 찾아내고 난 뒤, 밀도 높은 내부 공간을 덜어내어 개방적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2개 층이 오픈된 1층의 진입공간은 건물 전체의 로비 역할하며 도시를 향해 개방적 제스쳐를 취하도록 하였다. 2층에서 각각 4, 5층까지 열린 두 개의 빈 공간은 건물 내부에서도 다시 건물의 크기를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대형 조망창과 함께 좁은 실내에서도 너른 개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상부층에서는 도심의 사선제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사선을 픽셀화 하는 방향을 선택하였다. 애매한 경사벽을 가진 공간을 만드는 대신 층별 작은 외부공간을 두어 내부 공간의 확장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하였다. 

(사진: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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